여자들이 '과격' 해졌다…한인타운 '복싱 열기 현장 속으로'
남성들의 거친 운동으로 여성들에게 외면당했던 복싱이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운동으로 급부상했다. 빠른 체중감량, 근력향상, 근육만들기에 탁월한 운동으로 주목받으면서 여성들이 복싱 및 키복싱 클래스로 몰리고 있다. 링 위에서 땀흘린 만큼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단순하지만 정직한 운동인 복싱·킥복싱의 매력에 푹 빠진 한인 여성들. 그들은 ‘이제 복싱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한인타운의 뜨거운 복싱 열기 현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20일 오후 7시10분. 한인타운 킥복싱장 '제로 투 히어로'의 '킥복싱 파워 스컬프 클래스' 시간. "런" "런" "런" 7500스퀘어 피트의 뻥 뚤린 킥복싱장에 랜디 김 관장이 치는 태권도 킥 패드의 박자와 구령이 울려 퍼졌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핸드랩을 감은 50여명이 김 관장의 구호에 맞춰 원을 그리며 뛰기 시작했다. 10대 소녀부터 50대 중반 남성 인종도 뒤섞인 킥복싱장. 낯설은 풍경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은 것이다. 복싱의 기본은 체력. 스트레치 동작과 원투 스트레이트 동작으로 몸풀기를 하며 뛴지 10여분. 사람들 티셔츠는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이어진 김관장의 '푸쉬업' 신호에 맞춰 놀랍게도 뛰던 여성들이 멈추고 거뜬히 푸쉬업을 해낸다. 7시30분이 되자 팔꿈치와 무릎을 엇갈려 부딪히더니 이어 킥 동작이 시작됐다. 한 발 한 발 내찌르는 여성들의 킥 동작이 당당하고 깔끔하다. "하이어" "하이어" 김관장의 목소리에 맞춰 여성들 발은 높이 높이 공중을 내찌르더니 옆에서 앞으로 돌려차기까지 해낸다. "잽 킥" "잽 레프트 킥" "잽 라이트 킥" 어느덧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킥복싱 동작을 하고 있었다. 7시40분. 본격적인 킥복싱 연습을 위해 모두 발 보호대와 글로브를 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자매 친구 엄마와 아들 선후배 한인 여성과 타인종 친구 등 킥복싱을 배우러 온 사람들의 배경도 다양했다. 40대 후반 이승연씨는 오늘이 8번째 클래스다. 이씨는 "11학년 아들 우주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함께 킥복싱을 시작했지만 나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고 있다. 무엇보다 아들과 같이 운동하니까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엄마와 아들이 함께 킥복싱을 하는 것을 추천했다. 다운타운 의류회사에서 인턴십을 위해 한국에서 온 정다미씨는 "그냥 뛰는 것이 아니라 킥복싱 선수들의 기술을 배워 내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7시45분 킥복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잽 크로스 잽 라이트 라이트" 두 명씩 짝지어 펀치를 날린다. 이를 악물고 펀치를 날리는 여성들 제법 퍽퍽 소리가 난다. 땀이 뺨으로 흘러내리지만 빠르게 옷소매로 쓱 닦아내고 상대방이 치고 들어오기 전 펀치를 바로 날린다. 묶은 머리가 흐트러져도 매만지는 여성 한 명 없다. "스텝 아웃 사이드 라이트 훅 레프트 훅" 8시가 되자 김관장은 킥복싱 선수들이나 할 법한 동작을 시범으로 보인다. 차고 막고 차고 막고. 두 여성은 마치 경기를 하듯 걸으며 발을 차고 주먹을 날리고 재빠르게 막아낸다. 이미 화장은 땀에 지워져 얼굴이 말갛다. 1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이곳은 작은 킥복싱 경기장으로 변했다. 모두 꽤 진지하다. "세게 세게" 김관장의 목소리가 허공을 내찌른다. "잽 훅 잽 훅 크로스 훅 크로스 훅" 두 명의 여성팀의 펀치 소리도 김관장의 목소리 만큼 커졌다. 8시20분복부 운동과 스트레칭 동작 100회로 클래스를 마친 사람들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힘든 기색 대신 여성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김관장은 한 명 한 명에게 하이 파이브를 건넸다. 킥복싱으로 불면증에서 벗어났다는 최지영씨는 "펀치가 잘 맞았을 때 희열이 느껴졌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여성 5인 "복싱, 이래서 최고" ▶김지혜(28) "킥 복싱을 시작한지 5개월. 일주일에 4번 정도 연습한다. 힙업은 물론 피부톤도 맑아졌다. 차분해지고 인내력도 생겨 직장에서 어떤 고객도 이제는 잘 참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이지민(30) "취미 뭐에요? 물어보면 '킥복싱'이라고 답한다. 다들 멋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 비만이라면 전신운동으로 최고다. 운동 효과를 높이는 식단도 병행하니 더 효과적이다." ▶정다미(28) "킥복싱한지 한 달 됐는데 어떤 운동보다도 몸의 변화가 빠르다. 근력도 생겨 덜 피곤하다. 무엇보다 몇십명이 함께 그룹운동을 해서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이승연(47) "단기간 살 빼는데 킥복싱이 최고다. 체중감량 뿐만 아니라 팔 안쪽 뱃살이 쏙 들어가고 단단해졌다. 평소대로 먹었는데 킥복싱 한 지 8주만에 5파운드를 감량해 기분이 좋다." ▶던 데이비스(32) "오늘 12번째 킥복싱 클래스에 왔는데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몸매가 예뻐졌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식사도 병행해 몸이 가벼워졌다." 이은영 기자 eyoung@koreadaily.com